카와토아/거스러미

2D 2015. 12. 15. 23:28

*  in 올스타전/단문

 

 

 카와나카가 토쿠치 토아에게 가지는 감정은 비호감과 무관심의 언저리에 있었다. 그러나 무관심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까닭은 좋은 의미든 좋지 않은 의미든 토쿠치는 신경을 쓰게 만드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말을 먼저 건다던가, 아는 척을 한다던가. 뭐 그런 것들. 같은 구단도 아니고, 좋은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닌 마당에 넉살좋게 인사나 하고 있을 사이는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카와나카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봐."

 그 부름에 카와나카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부르는데 한숨을 쉬다니. 너니까 그런거다. 특별취급인가, 고맙군. 그 태연자약한 태도에 카와나카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말았다. 됐다. 투구 연습? 나는 네 녀석처럼 빼먹지 않거든. 호오, 부지런한데. 삐딱하게 대답해주려고 해도 담긴 뉘앙스는 분명히 감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왼손 글러브 속의 공을 오른손으로 집어들었다놓기를 반복했다.

"캐치볼은 어때?"
"무슨 소리지?"

"알다시피 나는 배트를 휘두르는데는 영 재주가 없거든."
"같이 연습을 하자는 소린가? 네 녀석이 연습을 한다니 별일이로군."

 

 카와나카는 승낙했다. 거절한다면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거절할 수 있을테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 실수."

"……."

 

 제구가 형편없었다. 토쿠치는 분명 엉뚱한 곳으로 공을 보내고 있었다. 둘에 하나 정도는 범위를 벗어났다. 기어코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어야할 공이 펜스까지 굴러가버렸을 때, 카와나카는 열이 받았다. 그렇지만, 카와나카가 던진 공은 토쿠치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듯 안착했다. 스크라이크. 웃음기 서린 목소리에는 의외라는 뉘앙스가 서려있었다. 토쿠치의 공을 생각해보면 카와나카도 글러브가 아닌 곳을 향해 공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와나카는 그러지 않았다. 투수의 공은 글러브가 아닌 곳에 들어가면 의미가 없다는 본인의 다짐때문인지 그저 글러브에 자신의 공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기때문인지는 토쿠치도 몰랐다.

 

"잘 뛰는걸?"

 

 어째꺼나 그런 행동과 토쿠치에게 열을 받는 일은 별개의 것이었다. 하마터면 어디든 한 대 후려칠 뻔했다. 후우. 애써 참아내며 카와나카는 글러브를 벗었다.

 

"그만하려고?"

"장난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어."

"그런 것 치곤 제법 오래 놀아줬잖아?"

"……."

 아. 거슬린다. 모자를 벗어 땀을 닦아내며 카와나카는 토쿠치를 쳐다보았다. 타카미나 아마미씨 정도만 되어도 어떻게 말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쪽은... 카와나카는 고개를 저었다. 이 이상 말을 섞으면 분명 다시 저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 것이다. 고개를 턴 카와나카가 다시 야구모를 깊숙하게 썼다. 

 

"연습상대도 해줬으니 좋을 걸 줄까."

"난 됐으니까, 너나 가져."

"거절? 난 빚지곤 못사는 성격인데."

"이만 간다."

"밥이라도 먹는게 어때? 내가 살테니까."

"필요없어."

 

 아, 도쿄 한가운데서 혼자 밥을 먹긴 부담스러운데 말이야, 어쩐다. 한탄조에 가까운 혼잣말이었다. 카와나카가 걸음을 멈췄다. 저 녀석 오키나와에서 왔다고 했지. 정말인가.. 혼자 밥을 먹지 못하려나. 아니 그게 나와 무슨 상관...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아- 배고픈데. 토쿠치가 소리내어 말했다. 카와나카는 일자로 다물었던 입술을 움직였다.

 

"가긴 가겠지만, 내 몫은 내가 내겠어."

"그러시든지."

 

토쿠치가 큭큭 웃었다.


 

 카와나카는 연습이 있는 날은 차를 가져오지 않는다. 원정경기를 할 때 구단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버릇이 되기도 했고, 집도 가까운 거리였기에 굳이 운전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쿠치가 자신의 차에 타라는 말을 꺼냈을 때 카와나카는 의문을 표했다.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되지 않나? 글쎄, 너랑 오붓하게 밥 먹더라는 기사가 나는 건 싫은데.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일일히 신문에 날 정도로 신문기자들이 한가하진 않을텐데? 나는 누구랑 달라서. 여기까지 말을 주고 받았을 때 카와나카는 토쿠치에게 다시금 말려들었음을 직감했다. 말을 섞지 말자. 카와나카는 팔짱을 낀 채로 바깥쪽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운전하는 사람 옆에서 자다니 매너가 없군."

"그냥 눈만 감고 있는 거야."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지. 계속 조용하면 나까지 졸려져서 사고낼 지도 모른다고?"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카와나카는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카와나카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거다. 그간 봐왔던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니까. 하긴 별종이긴 하지. 유리창의 반사된 토쿠치의 옆모습을 보면서 카와나카는 눈을 감았다. 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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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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