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원아웃/타카토아] HIDE? AND SEEK

리-챔 2015. 12. 12. 11:57

* 패넌트레이스 이후 시점

 

 

 

 

 방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난잡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타카미는 그 일부인 것처럼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잠을 자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잠이 올 리가 없었다. 타카미는 엉망이 되어버렸던 패넌트레이스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분명히 공략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토쿠치를 공략했다고 여겼는데, 실은 손 안에 놀아나고 있었다.

 타격폼을 교정시키다니, 분명 토쿠치가 아니고선 생각하지도 못할 발상이야. 그렇지. 핸드폰이 울렸다. 불이 들어온 액정에는 감독의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라있었다. 타카미는 손을 들어올렸다. 시즌이 끝이 났지만, 마리너즈의 타자들은 망가져버린 타격폼을 교정하기 위해 하기 위해 구단에 나가야했다. 그러나 타카미는 그러지 않았다. 왜 오지 않는지를 물으려는 거겠지. 통화를 거절했다. 받고 싶지 않았다. 망가진 타격폼, 졌다는 절망감. 그러나 그것들보다 비참한 것은 그 자리에 토쿠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어디에 있는 거냐, 토쿠치. 몸을 뒤척였다. 커튼이 닫힌 창 안으로는 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못했다.

 

"리카온즈ㅡ토쿠치 토아."

 

 이름을 읊조렸다. 잠을 자야했다.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몸은 삐그덕거리고 있었다. 왼쪽 머리가 아파왔다. 골이 흔들리는 고통에 타카미는 숨을 깊게 들이 쉰 채로 멈추었다. 진통제, 서랍을 뒤졌다. 손에 잡히는 약통을 열고 입 안에 털어넣었다. 아프다. 토쿠치 토아. 마리너즈. 토쿠치 토아. 가슴이 답답했다. 타카미는 방에 딸린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웩, 변기를 잡은 채로 타카미는 안에 든 것을 개워냈다. 토악질은 쉽사리 멎지 않았다. 절반쯤 주저앉은 다리에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변기에 기대어 쓰러지듯 몸을 기댔다. 초라하다.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다. 타카미는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토쿠치 토아. 생각나는 것은 그 이름뿐이었다. 하하, 내가 이렇게 미련넘치는 성격이었나. 타카미는 욕실 타일에 뒷머리를 쿵쿵 박았다.

 

 

 

HIDE? AND SEEK

부제 : One Pair

타카미 이츠키 X 토쿠치 토아

 

 

 

 열도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다. 타카미의 목표는 단 하나, 토쿠치 토아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할 지 처음에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타카미는 크게 양분했다. 국내와 국외. 일단은 국내부터다. 좋았어. 해외에 있다면? 타카미는 걱정하지 않았다. 국내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 다음엔 해외에 집중하면 되는 거다. 타카미 이츠키는 그런 성격이었다. 타카미라는 선수를 있게 한 것은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그 성격적 집요함도 한 몫 했었던 것이다.

 처음 와보는 곳. 오키나와에 대한 감상은 그랬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겸사겸사 둘러보기라도 할까? 타카미는 여행 책자를 집어들었다. 츄라우미(美ら海) 수족관. 애들이 많네. 여행을 왔으니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길까했더니 역시 혼자 찍고 있기엔 모양새가 빠진다. 으음, 어쩌지. 책자를 입에 문 채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면서 타카미는 고민에 빠졌다. 빠르게 찍고 다른 곳으로 가면 괜찮으려나.

 

"저기..."

"?" 

"타카미 선수 맞으신가요? 헉, 진짜다. 팬이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번 시즌도 잘 봤어요."

"아, 이번 시즌…"

"이번엔 아쉽게 일본시리즈엔 못갔지만 다음 시즌엔 꼭, 힘내세요!!"

"응원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혼자 여행하시는 건가요?"

"네? 네. 마음을 좀 다잡으려고 여행 중입니다."

 

 스스로를 타카미의 팬이라고 칭한 여자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했다. 역시 이번에 진 것 때문인가요. 순식간에 어두어지는 여자의 얼굴에 타카미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시즌 중엔 못 쉬었으니 지금 많이 쉬어두는 거죠, 뭐. 타카미는 웃었다. TV에도 제법 섭외요청이 많이 들어오곤 했다. 젊은 나이에 한창 주가를 달리는 데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쉽게 말해 화제성이 있었다. 처음에야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쭈볏대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중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분 나쁜 질문을 거르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스마일을 잃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안해하면서 할 요구는 다 해온다. 타카미는 조금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애초에 물어보는 문장이니 이 쪽에서 거절해도 '아, 안 되나보다'나 'TV랑은 성격이 좀 다르네'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그러나 타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쭈볏거리며 옆으로 다가오더니 핸드폰을 앞으로 들었다.

 

"그런데 말이죠"

"네?"

"저한테도 하나 보내주세요."

 

 

 

 오키나와 여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동안 솔직히 토쿠치에 대한 생각은 한 켠으로 밀어뒀었다. 시장에서 산 전통과자를 먹기 위해 타카미는 벤치에 앉았다. 단맛이 강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애초의 목적이니만큼 토쿠치를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다.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혀로 핥았다. 찾아내서… 찾아내서? 나는 뭘 할 거였지? 타카미는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토쿠치를 찾아서 뭘 어쩐다는 건가.

 

"그러니까…"

 

 몰려오는 탈력감에 타카미는 눈을 감았다. 왜 그랬지? 아니, 이건 배신당한 사람이 써야할 것 같은 뉘앙스다. 그러면 어떻게 타격폼을 바꿀 생각을 한 거지? 이 쪽은 뭔가 미묘한 칭찬 같은데. 타카미는 꽤 오랜시간을 고민했다. 장고 끝에 타카미는 그럴싸한 문장을 생각해냈다. 

 

"왜 사라진 거야…."

 

 왜? 오너로서도, 투수로서도 명실상부한 리카온즈의 우승의 주역이잖아. 왜, 없었던 사람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렸냐고. 안 어울리게. 너답게 차라리 앞에서 비웃으란 말이야. 우승할 거라고 확신하더니 꼴 좋다라고. 진창으로 끌어내려! 멍청한 놈들, 그렇게 말했어야지. 그래야 제대로 원망할 수 있을 거 아냐. 아니면 끝까지 우리팀이 하나 되는 게 싫었나? 네가 그렇게 하면 팀이 하나가 되어 이를 갈테니까? 너는 이런 것까지 예상한 건가. 토쿠치. 모르겠어, 네가 어디까지 어떻게 짜놓은 판인 건지. 지금 내 생각도 그 틀에 갖혀있는 건가.

 

"모르겠어. 모르겠다 정말."

"뭐야, 이 남자는."

"예?"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것도 모르는 거야?"

 

 아. 과자를 담아놓았던 봉지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과자가 동그란 모양인 탓에 봉지에서 굴러나온 것도 있었다. 타카미는 벤치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손으로 하나하나 주워담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젊은인데."

"아, 하하. 감사합니다."

 

 타카미는 손을 털었다. 바닥의 흙과 먼지가 손 끝에 묻어 찝찝하긴 했지만, 근처에 손을 씻을 만한 곳은 없었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손을 터는 정도가 다였다. 칭찬에 그제서야 타카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았다. 외국인? 그런 것치곤 일본어가 능숙하잖아.

 

"따라와."

"?"

"손 씻어야하지 않겠어?"

"아, 괜찮습니다."

"하여간 일본인은, 남의 호의를 그렇게 거절하고 싶어?"

 

 아니, 이건. 거절한다는 것 자체가 예의…인데. 타카미는 피식 웃었다. 왜? 두꺼운 입술이 의문을 표했다.

 

"아뇨, 그냥 누굴 닮은 것 같아서요."

"너, 야구선수지?"

"네. 저 엄청 유명한데 잘 모르시나봐요."

"뻔뻔하긴. 코에 한 피어싱때문에 알아본 거야."

"피어싱보다 못한 인지도라니. 아, 이거 좀 씁쓸한데요."

"그래서, 오키나와까지 온 이유는?"

 

 음. 타카미는 말끄트머리를 늘렸다. 처음 본 사람이다. 본심을 그대로 내비칠 필요는 없었다.

 

"글쎄요, 여행?"

"이봐. 어줍잖은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중요한 사람이야?"

"중요? 아니요, 꼭 그런 건…."

"그런 사람을 찾아서 오키나와까지 왔단 말이지?"

"그건! 아… 그렇네요. 그런 사람을 찾아서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나는."

"뭐야, 이 청승맞은 반응은."

"하하. 청승맞아도 미남이라면 좀 괜찮지 않나요?"

"못난 건 다름없어."

 

 아, 반응이 너무 냉정한 걸요. 타카미는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힘이 없었다. 그러게요, 난 뭘 찾아서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요. 빅마마는 담배를 물었다.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거야? 당신 이미 답은 내려놓은 상태잖아. 타카미의 시선이 빅마마를 향했다.

 

"눈치챘나요?"

"답을 내리지 않았다면, 아까 전에 돌아갔겠지."

"대단하네요,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당신, 토아를 만나러 왔지?"

"!"

"후우…."

"어떻게?"

"토아가 돌아온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야구선수란 사람이 나타나면 뭐겠어? 더군다나 도쿄에서 오키나와는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거든. 어떻게 할래, 만나보겠어?"

 

 

 

 

 

 타카미는 요란하게 번쩍거리는 간판을 쳐다보았다. 도박장인가, 토쿠치가 프로에 입단하기 전에 도박야구를 했다는 말이나 입단하고 나서도 파칭코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도박을 한다는 것을 목도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파칭코 정도야 온 국민들이 즐기는 오락이었으나, 카지노는 또 다르지. 뭔가 본격적인 느낌이다. 이 곳에 정말 토쿠치가 있는 건가. 열린 문으로 앞서 가는 빅마마를 따라 타카미는 걸음을 옮겼다. 안은 밖보다 밝았다. 시간을 알 수 없게끔 조명은 화려했고, 테이블마다 가지각색의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토아."

"오, 빅마마."

 

 빅마마를 반기는 얼굴은 분명 토쿠치였다. 토아, 손님이 있어. 누구? 발로 테이블 아래를 밀어 의자를 뒤로 반쯤 제낀 토쿠치가 빅마마의 등 너머를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눈이 가늘어졌다.

 

"아."

"토쿠치."

"타카미였나?"

 

 토쿠치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반가움도 그렇다고 해서 꺼림직함도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보던 평소와 같은 그 표정. 무덤덤함에 가까운 표정에 타카미는 되려 안도했다. 토쿠치는 밀었던 발을 되돌리곤 테이블에서 카드를 집어들었다. 도박을 하던 중이었나. 하긴, 자신이 특별취급 받을 만한 이유는 없었다. 타카미는 한창 판이 벌어지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타카미는 한 손에 카드를 펼쳐놓고 있는 토아의 등 뒤에 섰다. 이미 토아의 뒤에는 자신 말고도 다른 구경꾼들이 서있었다. 주변과 달리 테이블을 둘러싼 많은 구경꾼을 보면서 타카미는 토아가 이 안에서 가장 큰 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군."

"숨다니, 난 숨은 적 없어."

"뭐?"

"내가 작정하고 숨었으면 날 찾을 수 있었을 리 없잖아?"

 

  아. 저 자신만만한 표정. 토쿠치 토아다. 도박을 하러 여기까지 왔을리는 없고, 용건은? 토아는 질문을 하면서 테이블 위에 꺼내두었던 담배갑에서 한 개피를 꺼냈다. 그리고 라이터를 들었다. 탁, 탁. 붙여지지 않는 불에 토쿠치가 타카미를 보았다. 너, 담배 안 피지? 그럼 불이 없겠군. 그대로 스쳐지나가듯 고개를 돌리면서 토쿠치는 구경꾼들에게 물었다. 불 있는 사람? 감사. 자연스럽게 불을 받아 피웠다. 하얀 담배가 검지와 중지사이에 걸쳐졌다. 그나저나,

 

"여긴 왜 온거지?"

"돌아가자고 하려고."

"돌아갈 이유가 없는데."

"왜지?"

"코지마와 한 게임은 끝났어."

"게임?"

"아아. 리카온즈의 우승이 목표였지."

"뭐?"

"아까부터 놀라기만 하는 군. 슬슬 대꾸해주는 것도 지겨워지는데."

 

 토쿠치는 카드를 툭툭 쳐가며 고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시선은 분명 상대편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토쿠치는 상대방을 낱낱이 파헤치는 중이었다. 좋은 패가 들어왔을 때의 습관, 그렇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떠오르고 마는 웃음. 상대는 패를 오픈했다. 둘은 드롭을 했고, 어쩔까. 여기서 드랍? 아니면 좀 더 판돈을 올리도록 만들어볼까? 지레 겁을 먹을 수 밖에 없도록. 토쿠치의 손 안에 들어온 패는 원페어에 불과했다. 좋아. 해보지.

 

"레이즈(raise)"

 

 배팅을 했던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포커는 단순한 게임이다. 상대의 패가 내가 가진 패보다 좋으면 지고 마는 게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아닌 이상 안심할 수 없다. 초조해진 남자의 시선이 자꾸만 카드로 향했다. 같은 금액의 돈을 거는 콜(call)이 아닌 더 많은 액수를 거는 레이즈. 허세인가, 정말로 좋은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고민은 길어졌다. 드롭하기에는 아까운 패다.

 

"따라올 거야?"

 

 토쿠치가 물었다.

 

"끝까지 따라와서 확인해보든지."

 

 여기서 남자의 마음은 흔들렸다.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큿...드롭."

"뭐야, 나만 남았네."

 

 토쿠치는 칩을 자신쪽으로 끌어왔다. 잔뜩 쌓여있던 칩을 움직이자 와르르 무너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양의 칩이었다. 상대는 아깝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판에 이겼다면 저것이 다 자신의 몫이 되었을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남자는 토쿠치의 패를 궁금해했다. 어떤 패를 가졌기에 망설이지 않고 레이즈를 한 단 말인가.

 

"가지고 있던 패가 뭐였지?"

"7 원페어"

"?! 고작 원페어?"

"무슨 소리야, 포커는 원래 원페어 싸움이잖아?"

"네 녀석!!!"

"화 내는 걸 보니 좋은 패였나 본데? 오, 9 스트레이트. 생각보다도 잘 나왔는걸."

 

 카드를 뒤집어 본 토쿠치는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되려 그 표정에 열이 받은 듯 했다. 하긴 9 스트레이트면 아까울만 했다. 그것도 원페어를 상대로 졌다면 더더욱.

 

"고작 그 따위 패를 가지고 레이즈를 하다니!!"

"드롭한 건 네 선택이야, 난 강요한 적 없어." 

"그거야, 네가 훨씬 좋은 패를 가지고 있는 척을 하니까!"

"좋은 패? 약한 녀석은 좋은 패가 들어와도 이기지 못 해. 실제로도 그렇잖아?"

 

 아, 얄밉기 그지 없는 저 발언. 듣는 사람의 속을 긁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뱉는 저 말은 마운드에서와 한 치도 다름이 없었다. 타카미는 웃고 말았다. 상대는 기어코 토쿠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토쿠치의 대응은 태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치게? 좋아. 돈 많으면 한 번 쳐 봐, 맞아줄테니까."

"이..이...!"

"그만 하죠."

 

 타카미가 앞으로 나섰다. 토쿠치 너도. 타카미는 프로 타자답게 키도, 덩치도 받쳐줬다. 멱살을 잡아당기자 몸이 쉽게 딸려올라갔던 토쿠치와는 다르게 미군을 상대로도 지지않는 체력이라는 말이었다. 남자는 멱살을 쥔 손을 풀었다. 토쿠치는 내가 뭘? 하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참견은 고맙군."

"어째, 전혀 감사인사로 들리지 않는걸."

"제대로 들었는데? 이거 다 달러로 바꿔줘."

 

 토쿠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꺼내놓았던 담배갑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토쿠치가 걸음을 옮기자 타카미가 따라붙었다.

 

"끝내는 건가?"

"아아, 김이 샜어."

"함께 도쿄로 갈 생각은?"

"끈질기네. 같이 갈 생각 없으니까 돌아가."

 

 토쿠치가 손을 저었다. 마치 파리를 쫓는 것과 같은 성의없는 손짓이었다. 그러나 타카미는 그에 굴하지 않고 생각했었던 바를 입 밖으로 꺼냈다.

 

"…코지마씨와 했다던 그 내기, 나도 할 수 있나?"

"뭐?"

"내가 이기면, 함께 도쿄로 돌아가는 거다."

"하, 그럼 넌 뭘 걸거지?" 

"원하는 게 있나?"

"앞으로의 선수생명?"

"!"

"원하는 일엔 큰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지."

 

 이래도 하겠어? 토쿠치는 분명 그렇게 묻고 있었다. 타카미는 그 말에 현실에 내동댕이쳐지는 감각을 느꼈다. 하겠냐고 물었어. 토쿠치가 채근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언뜻 보기에 부당하기 그지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돌아선다면 분명 나는 후회할 거다. 스트레이트를 가지고, 원페어에게 패한 종전의 남자처럼.

 

"좋아."

 

 나는 이미 네 공을 친 적이 있어. 이 내기는 분명 나에게만 불리한 게임은 아니야. 네 카드를 꺼내봐. 네 카드가 원페어인지, 아니면 스트레이트 플러시인지 내가 끝까지 따라가 봐줄테니까.

 

"하자."

 

 

 

 

 

 

포커칠 줄 몰라요. 그래서 적당히 지어냈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