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코지토아
리-챔
2015. 12. 8. 23:15
정이 좀 들었나, 안타깝군. 토쿠치 토아는 이 상황에 대해 그렇게 정의내렸다. 입단으로부터 지금까지는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느새? 토아는 머리를 굴렸으나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젖힌 채 타월을 덮고 있던 토아가 담배를 물었다. 니코틴이 들어오니 머리가 좀 돌아가는 느낌이었으나, 여전히 물음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었다. 토아에게 있어서 토쿠치 토아만큼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토쿠치.
왜?
고맙다.
시답지 않은 소리였다. 그러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토아는 눈을 가렸던 수건을 슬쩍 들어 코지마를 쳐다보았다. 뭐가. 퉁명스러운 대꾸에도 불구하고 코지마는 웃었다. 전부, 다. 고맙다. 흥미없다는 듯 토아는 도로 타월을 덮었다.
이봐, 그럴 시간에 본인한테나 감사하지 그래?
그런가.
침묵이 이어졌다. 할 말 없음 가지? 이번에는 굳이 타월을 들추어내지 않은 채로 토아가 입을 열었다.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손으로 집어들었다. 벌린 입 안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연기를 보던 코지마가 입을 열었다. 담배를 열심히 피우는 군. 토쿠치는 그것이 나가라는 말을 상쇄시키기 위해 꺼낸 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요령없기는. 말을 붙여서 남아있으려는 거로군. 지금은 귀찮은데 말이지. 토쿠치는 대답하는 대신 벤치에 걸치고 있떤 다른 손으로 시간을 재 듯 일정한 간격으로 벤치를 두드렸다.
....
여전히 코지마는 벤치를 떠나지 않은 채였다.
더 할 말 있나?
아니, 없다.
잘 생각했어, 나가는 문은 저 쪽. 까먹은 건 아니겠지?
토아.
코지마는 토쿠치의 이름을 불렀다. 두드리던 손이 멎었다.
할 말이 있음 얼른 하고 가버려.
앞으로도 함께였으면 좋겠다.
아, 그래? 희망사항인가?
그렇다고 하면 들어주는 건가.
봐서.
그렇군. 코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토쿠치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승부의 연장이야. 리카온즈의 우승까지, 약속은 확실히 지킨다. 하지만 거기까지야.
토쿠치, 담배...!
!
윽, 토쿠치가 손을 털었다. 어느샌가 불씨가 손에 닿을 정도로 담배가 타들어가 있었다. 툭, 놓친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토쿠치는 데인 손을 털었다. 괜찮나? 아아. 별 거 아냐. 토쿠치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뜨거운 상처부위에 댄 입술이 차가웠다. 그런 토쿠치 앞으로 코지마가 손을 내밀었다. 코 앞으로 내밀어진 손에 토아가 앉은 채로 코지마를 올려다보았다. 손을 다쳤지 않나, 치료를 하는 게. 됐어. 손을 저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이다.
허공을 저은 손이 코지마에게 잡혔다. 치료를. 그 나지막한 음성에 토아가 고개를 틀어 코지마를 쳐다보았다. 손은 여전히 붙들린 채였다. 토아는 코지마가 이대로 손을 놓지 않을 것을 짐작해냈다.
좋을 대로 해.
네가 다친 게 아닌 것처럼 말하는 군.
아, 뭐. 당신이야말로 당신이 다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잖아?
따지자면 내 것이지.
?
그 오른손 내가 받아가기로 하지 않았었나.
하하, 재밌는 소릴 하네.